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브랜드 별로 대표적인 소형 SUV 차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쉐보레는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있고 현대자동차는 코나, 기아는 셀토스 정도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차량은 기아 셀토스입니다.
기아 셀토스는 올해 6월까지 29,203대가 판매되며 점유율 40%를 기록하고 있고 현대 코나는 13,159대, 쉐보레 트랙스는 11,856대 그리고 트레일블레이저는 3,000대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풀옵션 모델 기준으로 기아 셀토스가 쉐보레 트랙스 보다 500만원이나 비싸지만 왜 사람들은 쉐보레 대신 셀토스를, 쉐보레와 현대차 대신 기아를 선택하는 것일까요?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실패한 이유는?
우선 쉐보레는 "국산차도 아닌데 왜 국산차라고 하냐?"라는 말들을 많이들 합니다. 쉐보레는 대우자동차, 르노코리아는 삼성자동차라는 특수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리고 사전적 의미로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뜻에서 국산차가 맞고, 공식 통계에도 '국산차'로 집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가 한국에서 신차 효과를 제대로 끌지 못하고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쉐보레에게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너무도 완벽한 카드였습니다. 트랙스는 2천만원 초반부터 시작하는 판매가격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고, 트레일블레이저는 셀토스 같은 차들보다 저렴하다는 전략을 펼치며 사실상 투 트랙 전략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쉐보레에서 트랙스를 출시하고, 트레일블레이저 페이스리프트 소식이 나왔을 당시에 가장 이상적인 전략은 트랙스는 가성비 전략을 계속 이어가면서 트레일블레이저도 페이스리프트 후 가격 인상이 최소한으로 되거나 가격 변동이 없었어야 쉐보레의 투 트랙 전략이 유효했을 것입니다. 왜냐면 트레이블레이저가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가격이 인상되면 "그럼 그렇지, 역시 오래 못 가는구나"와 같은 부정적 인식 때문에 트랙스에도 안 좋은 영향이 끼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엠은 결국 가성비 전략을 완전히 버렸습니다. 트랙스의 경우 '가장 저렴한 SUV'라는 수식어를 완전히 버렸고,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출시 초반 비싸다가 말이 많았던 현대 코나보다도 시작 가격이 비싸졌습니다. 그리고 최근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2025년형으로 연식이 변경되었습니다. 이전 모델과 가격이 동결됐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오기는 했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공감을 못하고 쉐보레로 접근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너무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가격표를 보고 비교하면 됩니다. 쉐보레 트랙스는 시작 가격이 2,188만원이고 풀옵션 모델은 3,025만원 입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시작 가격이 무려 2,799만원이고 풀옵션 모델은 3,566만원 입니다. 반면 기아 셀토스는 시작 가격이 2,186만원, 풀옵션 모델은 3,554만원 입니다.
이미 시작 가격이 셀토스가 트랙스보다 저렴하고, 풀옵션 모델 가격도 트레일블레이저보다 저렴합니다. 코나도 마찬가지입니다. 1.6 터보 모델을 기준으로 시작 가격이 2,516만원이고 풀옵션 모델은 3,684만원으로 시작 가격은 트레일블레이저보다 280만원이 넘게 저렴하고, 풀옵션 모델 가격은 코나가 120만원 정도 비쌉니다.
차량 | 시작 가격 | 최고 가격 |
쉐보레 트랙스 | 2,188만원 | 3,025만원 |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2,799만원 | 3,566만원 |
기아 셀토스 | 2,186만원 | 3,554만원 |
현대 코나 | 2,516만원 | 3,684만원 |
중요한 건 표시가격?
소형차 라인업은 특히 표시가격이 중요합니다. 소형차의 경우에는 플래그십 모델이거나 프리미엄 브랜드와 다르게 저렴해서 산다 또는 합리적인 가격이어야 산다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표시가격이 저렴해야 관심을 끌고 이에 소비자들이 소형차에 접근을 하고, 여기서 이제 좀 더 비싼 트림이나 옵션으로 팔거나 유도하는 건 영업사원들의 역량인 것입니다.
르노코리아의 XM3도 하이브리드 모델 때문에 표시가격이 높아지면서 여론이 안 좋게 흘러가게 되었고, 이게 차량 판매량에 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 것입니다. 이와 완전 반대인 경우는 신형 트랙스가 출시되었을 때입니다. 이 때는 코나보다 판매량이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현대기아차는 한국 사람이라면 이 급에서 기본적으로 고민 리스트에 올려버립니다. 쉐보레와 르노코리아는 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집 근처에 대리점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언론을 비롯한 미디어에서 가성비 모델이라고 엄청 띄워줘야 접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표시가격이 비싸서 초기에는 판매량이 안 나왔던 코나 같은 경우는 소비자들이 어쨌든 다른 브랜드보다 접근을 많이 하는 건 사실이니 실제로 견적을 내보고 "이거 트랙스나 트레일블레이저랑 별로 차이가 없네?" 이러면서 구매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쉐보레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는 거죠. 그리고 여기서 셀토스가 압도적으로 팔릴 수 있는 이유도 간단합니다. 일단 표시가격부터 셀토스가 가장 저렴하게 시작합니다. 차를 탈 것, 제품으로만 보는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일단 합리적이니 구매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쉐보레가 실패하는 이유는 단지 가격 때문일까?
저렴하면서 경쟁 상대보다 상품성이 좋아야 하고, 신형이 나왔다고 해서 함부로 가격을 올렸다가 경쟁 모델은 이를 인식해서 가격을 내려 버리거나 하는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게 소형차 라인업입니다.
한국지엠은 판매시장으로서의 한국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 차를 잘 팔아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고 소비자들 또한 그렇게 인지를 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아직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르노코리아는 전시장도 리뉴얼하고 엠블럼과 모델명을 바꾸며 변화하려는 의지라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쉐보레는 아직 신차 도입 계획만 있을 뿐, 눈에 보이는 건 없고 그렇다고 기존에 잘 팔 수 있었던 모델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쉐보레 트랙스는 출시 이후 신차 효과를 이어가지 못했고, 트레일블레이저도 페이스리프트 후 가격 인상으로 판매에는 실패했습니다. 만약 차량의 배정 물량을 핑계 댄다고 하면 그것은 한국지엠이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 또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지엠이 한국을 판매시장으로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대대적인 전략 수정과 신차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입니다.